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북한산 등산코스 : 북한산의 설경 - 크리스탈 트리(Cristal Tree)

북한산명품코스/북한산산행기

by 미스터산 2011. 3. 1. 22:09

본문



산행날짜 : 2011년 3월 1일 삼일절
산행대장 : 청암대장님 외 27명 
산행시간 : 6시간
산행코스 : 효자비-청담골-북문-상운사-대동사-염초계곡-여우굴-백운대-위문-산성매표소

나는 오늘 산행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 해 보지 못한 심오한 체험을 한 것 같다. 
그것은 내가 아마도 잘 할 수 없는 일을 청암대장님은 너무나 잘 해낸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28명의 인원을 이끌고 오늘처럼 무모한 산행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만난 청암 대장님이 하산 후 얼마나 다르게 보이던지 정말 힘든 일을 해낸 대장님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하산 후 대장님에게 깍듯이 인사를 햇지만,  그것 만으로는 차마 전부를  표현할수는 없었다.

"청암 대장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어젯밤 늦은 귀가로 인해 아침 일찍 산행을 감행하는 것은 조금 무리였다.
그러나 몸이 근질거리고 하루종일 걍 ~~ 방콕을 하는 건 더욱 싫었기 때문이다.
부지런을 떨고 일어나 아침밥을 해들고 불광역으로 나섰다.

헹~!! 이런 준회원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쳐다 보지도 않고 대장도 총무도 걍 시큰둥한 표정이다.
그런들 내가 주눅이 들놈이 아니지, 걍 그렇거니 하고 일행에 몸을 파묻고 버스에 오른다.

불광역7번출구 시외버스 터미날에서 34번 버스를 잡아 타고 효자비로 이동했다.
벌써 와 있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걍 섞인다. 

때마침 내리던 진눈개비도 멈추어 산행은 순조롭게  시작된다.
북문까지 두어번 쉬고 올랐다.

근데 이게 왠 일인가 강원도 오지에나 가야 볼듯한 상고대가 눈앞에 펼쳐져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올해 들어 이런 상고대는 처음이고 이런 눈산행 또한 처음이다. 

한라산을 올라 백록담을 볼 수 있는건 정말 행운이다.
그러나 정작 행운은 오늘 같은 날 삼각산에서 상고대를 보는 일일 것이다.




새벽에 내린 진눈개비가 눈으로 바뀌면서 정말 기이하게 상고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크리스탈 트리가 된 상고대를 보고 연신 말보다 쉬운 감탄사를 내 뿜었다.

" 어찌 이럴수가~~ 캬~~~ 진정 예술이로다."

 

산은 온통 희뿌연 안개로 뒤덮여 한치 앞도 볼 수없는데 
마음은 내내 행복 하였다.

염초계곡을 오르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여우굴 하단 물 흐르는 슬렙을 오르는 데는 정말 아찔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우굴을 통과하고 난 후 협곡을 오를땐 대원 모두 무모한 일이라고 한탄을 한다.
그래도 난 즐거웠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28명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즐거운건 이 아름다운 상고대와 흰눈이 나의 마음을 사로 잡기 때문이리라.


자연은 아무것도 하는것이 없는 듯 하여도
무릇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무슨 조화인가?

부끄럽도다 40 하고도 절반이 넘도록 무얼 한다고 안간힘을 쓰며, 용쓰고 살았지만 정녕 무엇을 했는가?
아무것도 한것이 없는 나는 그저 저 북한산에 바위보다도 못한넘이고,
저 가련한 나무가 지고 있는 상고대 보다도 못한 놈이로다.

무얼 이루겠다고 허겁지겁 달려 왔지만 
정녕 남은 것은 허망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어찌 자연을 닮지 않고 삶을 지대로 살았다고
자부 할 것인가? ㅋㅋ


그저 신비로울 뿐입니다.
그누가 이보다 더 아름다운 붓질을 할 수 있겠는가?

제차 먼지 같은  존재임을 알면서도 미련을 부리고 사는 저 자신이 너무도 애처로워 목이 메입니다.
그저 목메일 뿐입니다.

속세는 다가와 지를 안으라고 하지만 
나는 차마 오늘은 너를 외면하고 싶다.
그저 오늘만은 니가 나를 몰라 주기를 바랄뿐이다.

북한산이 와락 달려와 나를 숨막히게 하면
나는 급한맘에 밀쳐 내기에 바쁘지만

저는 지말을 다 한듯 스스로 밀려가고
나는 한없는 허허로움에 뒷발질을 멈추고 멍하니 서있다.

눈은 북한산에만  있는것은 아닐진대
오늘 유독 나는 헤어나질 못한다. 그 산 안에서,...


유연함.
두꺼운 얼음 같은 상고대를 등에 업고도 부러지지않는 나무는
유연하기 때문이다.

어떤 나무는 가지가 부러지고 
어떤 나무는 허리가 부러졌다.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는 이제 봄이나면 사라지겠지만
무게를 견딘 가지는 굳건히 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성장해 갈것이다.


하산이 끝날즈음 북한산의 모든 눈은 사라지고 
따스한 햇살만이 
언제 그랬냐는듯이 뻔뻔하고도 도도하게 그자리에 있다.

그것은 순식간이다.
정말 눈 감짝할사이에 이루어진 정말 꿈같은 현실이다.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가지는 더이상 상고대를 만들수 없지만

남아있는 나무들은 언젠가는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상고대를 또 만들것이다.

살아남자! 끝까지 살아남자!
그래서 내가 이루지 못한 그 모든것을 가슴으로 담아 내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자연도, 사람도 모르게 
그렇게 또 누군가를 아니면 자신을 위해 담아 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순식간일지라도,...

이 글이 땀흘린 흔적이 보이신다면 기양 가시지 마시고 아래 손가락버튼 한번 찐하게 꾸~~욱 눌러 주시고 가소서.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